2023. 7. 18. 19:13ㆍ브랜드 유니버스
브랜딩과 마케팅의 성공은 고객이 브랜드 유니버스에 거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주란 결국 반복적 구매를 하거나 브랜드의 팬이 되거나 하는 것이다. 한 브랜드에 긍정적인 태도와 행동을 하는 것이다. 고객이 브랜드 유니버스에 거주하게 되는 과정은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었다. 여기서는 고객이 브랜드 유니버스에 거주하는 다양한 형태들을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다루는 것보다 훨씬 많은 아이디어와 실제 실행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원칙적인 내용과 함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구체적인 방법을 살피기 전에 보다 원칙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거주'는 어떤 속성이 있을까? 실제 '거주'라는 개념에서 브랜드 유니버스로의 거주에 대한 힌트를 얻어볼까 한다.
첫째는 익숙함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디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어디에 마트가 있는지 언제 막차가 끊기고 시기마다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한 익숙함을 바탕으로 우리는 생활을 계획하고 예측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어떤 브랜드 세계에 거주한다면 우리는 그 브랜드가 어떤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는지, 어디에 매장이 있는지, 언제 할인 이벤트를 주로 하는지 등에 대해 알고 있게 된다.
둘째 거주하는 곳에는 생동감이 있다. 우리가 거주한다고 느낄 때는 단지 그곳이 안락함을 제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곳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멈춰 있다면 거주한다기보다는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원이 다시 정비되고, 살고 있는 아파트가 다시 도색이 되는 등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 브랜드 유니버스도 꾸준히 변해야 거주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매년 가을에 신제품 발표회를 하고, 새로운 이벤트로 기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인터페이스가 바뀌는 등 브랜드 역시 계속 진화하고, 움직여야 거주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머지 않아 그 브랜드는 고객에게서 존재감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셋째 특성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이다.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 현재적 관점이라면,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앞으로에 대한 희망을 의미한다. 그것은 브랜드 유니버스 안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고객의 욕망이다. 우리 동네에 원하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들어오기를 희망할 수도 있고, 마트나 영화관이 들어오는 것을 희망할 수도 있다. 새로운 필라테스 센터에서 운동을 배우며 커뮤니티에 속하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브랜드도 다를 바 없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계속 써오던 사람은 신제품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다음 버전의 제품 정보를 찾아본다. 어떻게 업그레이드 될지는 언제나 이슈가 된다. 꼭 이러한 정기적인 발표가 없더라도 품질의 개선이나 가격의 변경, AS의 개선 등 고객이 희망을 품을 여지는 다양하다. 게다가 고객이 미처 알지도 못할만한 새소식도 얼마든지 들려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고객에게 어떤 식으로든 기대로 남아있다. 이러한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역시 거주하는 곳의 속성이 된다.
브랜드 세계에 머문다는 느낌을 준다면 이렇게 익숙함, 생동감,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로 고객의 브랜드 경험 계획 즉 거주 계획을 수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객 여정 지도' 즉 커스터머 저니맵(customer journey map)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개념이다. 커스터머 저니맵은 고객의 구매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긴 개념이다. 구매의 필요를 느끼는 때부터 탐색하고 시도해보고 구매를 확정짓고 다시 구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고객에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여 여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커스터머 저니맵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분야는 공간 서비스 또는 IT 서비스 분야이다. 특히 전시 등의 콘텐츠에서는 매우 유용히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커스터머 저니맵의 포맷은 따로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업종별, 상황별로 매우 다양한 포맷이 있으니 검색 사이트에서 ‘고객 여정 지도’, ‘customer journey map’ 등을 검색해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브랜드에 맞게 이들을 참조해서 만들면 된다.
이러한 커스터머 저니맵을 브랜드 유니버스의 관점에서 사용하게 되면 유니버스에 진입한 고객이 어떠한 경로로 여정을 할지 계획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여정은 하나의 코스를 가질 수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다양한 코스를 개발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에어팟 정도에 관심이 있어 애플 유니버스에 발을 들여놓았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경험이 괜찮았다면 비록 스마트폰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아이패드 정도에는 욕심이 갈 수 있다. 그리고 맥북으로 또 그 다음은 오랫동안 써오던 안드로이드 폰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탈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복수의 애플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그 특유의 강력한 호환성 때문에 헤어 나오기 어렵게 된다. 같은 음악을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에서 연이어 들을 수 있고 그 연동성이 매우 부드럽고 편해서 정말 하나의 기기처럼 느끼게 한다. 그 뿐 아니다. 애플은 비애플 유저들에게 입구를 열어놓고 있다. 에어팟은 물론 애플뮤직을 안드로이드에서 들을 수 있게 하기도 했고, 구글플레이스토어에 iOS앱을 두어 기기를 변경하려는 고객이 쉽게 데이터를 옮길 수 있도록 유니버스의 입구를 열어놓았다.
이처럼 커스터머 저니맵은 시간, 공간, 상황의 모든 변수를 고려하면서 고객의 입장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예측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이탈할 수 있을지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어디에서 어떤 감성을 줄지에 대한 계획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여정에는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데없이 다른 부류의 제품이 튀어나온다거나 다른 철학의 경험이 제공된다면 고객은 바로 유니버스를 이탈할 수도 있다. 유니버스를 이탈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그것을 유니버스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브랜드 세계에 거주한다는 것은 고객이 기꺼이 그 브랜드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두 개의 형태가 반복 구매와 브랜드 구매이다.
반복구매는 말그대로 사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구매하는 것이다. 같은 면도기 제품에서 면도날을 교체한다든가, 여름철이 되면 같은 음료수를 마신다든가, 같은 브랜드의 스마트폰 시리즈를 계속 구매한다든가, 같은 미용실에 방문한다든가 하는 필수품이든 사치품이든 모두 해당할 수 있다.
브랜드 구매는 같은 브랜드의 다른 범주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쓰던 사람이 같은 브랜드의 스마트 워치와 태블릿 PC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브랜드가 고객을 브랜드 유니버스에 거주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이러한 반복 구매와 브랜드 구매를 꾀하는 것이다.
주로 IT서비스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 의류 브랜드는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해 있지만 여기서 브랜드의 자체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할 수 있다. 만약 제품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면 고객은 그 브랜드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것이고, 굳이 혼잡한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지 않고 이 브랜드의 앱에서 고민의 시간을 줄이면서 구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터페이스를 통해 거주의 기회를 제공하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해당 브랜드의 다른 제품 즉 브랜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옷을 주로 사던 사람에게 가방이나 운동화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포인트를 제공하면서 관리를 한다면 브랜드 유니버스에 주민 한 사람을 더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커서 인터페이스를 통한 거주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유니버스이다. 구글에서 검색을 하고 구글 캘린더로 일정관리를 하고, 지메일로 소통하고,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하면서 잠깐 쉬고 싶을 유튜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은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브랜드 유니버스 거주이다. 물 흐르듯 거주의 패턴이 생긴 경우이다. 국내 기업도 다르지 않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여기서 선물을 보내고 헤어샵을 예약하고 결제를 한다. 여기에는 반복되는 일상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보낼 수 있다는 이 세계만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요즘에는 아예 거주를 시스템화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소위 ‘구독’ 경제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객에게 유니버스의 거주를 약속하고 선언하라고 권장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최근의 OTT, 구독형 전자책 서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 등 구독 경제는 그 범위를 무섭게 늘려나가고 있다. 구독은 아주 매력적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소프트웨어 하나를 사용하는데 수십만원이 들던 것을 한달에 만원 정도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익숙함은 물론 새로운 콘텐츠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구독자만 확보한다면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구독 경제 역시 이제는 레드오션화 되어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OTT서비스를 3개만 가입하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새로운 OTT에 가입하면서 기존의 OTT서비스 중 하나의 구독을 중단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주민의 거주를 유도하는 것만큼이나 기존 주민들에게 생명력과 기대감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을 비중있게 생각해야 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거주의 형태가 있다. 거주는 고객이 그 브랜드를 경험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당장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과거의 사용경험 때문에 그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거나 워낙 비싸서 갖고 싶은 브랜드로 추종하고 있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거주에 해당한다.
기업에서 '우리는 브랜드가 없다.'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충성도 있는 고객이 없다는 것이고 광고를 좀 해야 반짝하고 성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거주하는 고객이 없다는 말이다. 다양한 제품, 다양한 업종에서 거주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관 브랜드라면, 스낵류 브랜드라면, 기계 설비 브랜드라면, 공공기관이라면 혹은 개인이라면. 내 브랜드에서 거주라는 개념이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또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방법에 대해 이 '거주'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특별한 영감이 있을 수 있다.
자 이제 뭘 하려고 할 때마다 브랜드 세계를 넘나들면서 피곤함에 지친 고객들에게 편안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거주지를 제공해보자.
전통적인 방법이든, 새로운 방법이든, 아니면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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