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감성은 경험의 마지막에 남는 감성이다.
브랜드가 주는 감성은 그럭저럭 포장해서 생긴 결과물이 아니다. 일관된 기준으로 일관된 행동을 유지해 온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결과물이다. 브랜드 유니버스(브랜드 세계관)의 행동철학은 일관된 행동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고객에게 그 브랜드를 설명하는 감성을 제공한다.
해피엔딩은 공포영화의 미덕이 아니다.
무서운 정서를 전하고자 하는 영화, 소설 등의 끝은 어떠한가? 주인공은 죽음의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고 악당을 물리치고 끝나며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렇게 그냥 주인공을 놓아주지 않는다.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죽은 줄 알았던 악당이 살아나거나 새로운 악당이 주인공의 뒤를 밟는다거나 하는, 위기는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공포장르는 사람들에게 무섭고 찜찜한 기분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장르의 끝에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껴서는 그 장르가 제 몫을 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들은 장르의 미덕을 알고 그 장르에 맞는 엔딩 내용과 정서를 제공한다. 무서운 이야기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감정을 남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떠날 때 느껴지는 여운이 바로 핵심감성
공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디즈니랜드 같은 곳에 방문하여 즐기고 그곳을 나올 때의 감정은 어떤가? 처음 가 본 나라에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을 때의 기분은 어떤가? 어떤 공간을 방문하고 나올 때 우리가 갖는 감정이 바로 그 공간이 주는 핵심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공간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그 공간의 여러 가지 콘텐츠를 즐기는데 여념이 없다. 그 순간 순간의 정서에 몰입하게 된다. 미키마우스, 버즈 라이트이어, 푸우 등의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면서 디즈니랜드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탈을 쓴 직원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진짜로 내 옆에 있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어트렉션 하나 하나에 설렘을 갖고 탑승하고, 놀이공원을 꾸미고 있는 여러 미술에 감탄하며 돌아다니고, 퍼레이드를 할 때는 관람객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벅참을 느끼게 된다. 이제 마감시간이 다가오고 우리는 이 곳을 나가야 한다. 공간을 나오게 되면 더 이상 물리적 경험은 할 수 없게 되고 그 공간이 주는 여운만 남게 되는데, 이 여운이 바로 그 공간에 머무는 동안 우리에게 주고 있었던 정서의 실체이다.
모든 고객경험이 끝나고 단 하나의 감정만 남겨야 한다면.
꽤 비싸고 멋있는 정장을 입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회사원이 아니라 핏이 좋은 자신을 볼 수 있다. 옷 때문에 자신감이 상승하고, 언행도 조심스러워진다. 말투에는 승리한 사람의 태도가 묻어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잠옷인지 트레이닝복인지 모를 옷으로 갈아입고 누우면 정장을 입었을 때의 느낌은 기억으로만 남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그 멋진 정장 브랜드의 핵심 감성이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갖게 되는 핵심감성은 직접적인 체험에 의해 가능해진다. 물론 광고나 기타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도 있겠지만, 직접 만지고 보고 듣고 냄새맡고 먹어보고 했을 때 느껴지는 감각들이 이러한 핵심 감성을 만들게 된다. 고급스러운 경험을 주겠다, 웃기겠다, 울리겠다, 무섭게 해주겠다 등등 우리는 어떤 감성적 결과를 의도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핵심감성이다. 이러한 핵심감성은 감각적인 자극들로 인하여 형성되기 때문에 핵심감성은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야 하는 종합적 스토리텔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할 때 이러한 핵심감성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어떤 핵심감성을 미리 설정하고 그것을 위한 모든 감각적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핵심감성은 행동철학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같은 커피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줄지, 재미있는 감성을 줄지, 아니면 합리적인 사람이 된다는 감성을 줄지 등등 여러 방향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방향을 정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행동철학의 역할이 된다. 따라서 핵심감성은 행동철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